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Focus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관리자 12-06 3,560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지만 그 구멍으로 빠져나와 목숨을 건진 사람들은 또 하나의 높고 험한 산을 넘어야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환자가 겪는 고통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다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2004년 친구들과 함께 푸켓 피피섬을 여행하던 주부 P씨는 크리스마스 다음날 엄청난 쓰나미를 경험했다. P씨는 다행히 호텔 고층에 숙박하고 있었기에 생명을 건질 수 있었지만 함께 여행하던 여행객들의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다. 당시 창가에서 쓰나미가 덮치는 장면을 목격한 P씨는 사람들의 비명으로 아수라장이 된 호텔 복도를 거쳐 옥상으로 대피했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온 P씨는 이후 또 다른 공포에 시달렸다. 밤이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쓰나미가 몰려와 공포에 시달렸던 장면들이 자꾸만 반복해서 떠올랐다. 늘 불안하고 긴장했으며 혼자 있는 것이 두려웠다. 평상시에는 마치 넋이 나간 것처럼 멍하다가도 주변에서 작은 소리가 날 때마다 깜짝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당시의 중요한 장면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몇몇 장면에 대해서는 아주 자세하고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쓰나미 관련 뉴스가 나올 때면 식은땀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주변 사람들이 그때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끔찍해했다. 

 

 

 




심각한 사건 뒤에 나타나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씨의 경우처럼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과 같은 심각한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에 나타나는 불안장애다. 얼마 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같은 엄청난 사건들은 모두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외상 사건이다. 그 외에 일상에서 종종 발생하는 교통사고, 강도, 강간, 폭행, 유괴 등의 사건들도 외상 사건의 대표적인 예다. 과거에는 경험한 사건이 얼마나 중대하고 심각한 것인지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유발하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여겼으나, 최근에는 개인이 주관적으로 그 사건을 얼마나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는지를 사건의 심각성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의 특징으로는 크게 3가지 증상군을 들 수 있다. 첫째, 스트레스가 되는 외상 사건들이 일상생활에서 반복적으로 경험된다. 위에서 말한 P씨의 경우처럼 쓰나미의 장면들이 떠오르거나 그와 관련된 악몽을 꾸거나 뉴스를 듣는 것 같이 그 사건을 기억나게 하는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강한 심리적 고통을 느끼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둘째, 외상과 연관된 자극을 피하려 하고 무감각하고 멍한 모습을 보인다. 셋째, 늘 지나치게 긴장되어 있고 각성된 모습을 보인다. 잠이 잘 오지 않고 중간에 자주 깨거나 신경이 예민해지거나 또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해서 늘 주변을 살핀다. 

 

 

 

 

 

 

외상 충격 클수록 예후 나쁘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6개월 이후에 발생하기도 한다.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30%에서는 완전히 회복되고, 40% 정도는 가벼운 증상을 계속 경험하며, 20%는 중등도의 증상을, 10%는 심한 증상을 지속적으로 경험한다. 대개는 1년 안에 절반 정도는 회복된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예후는 사건의 심각도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개인이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나 주변의 도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일반적으로는 경험한 외상의 충격이 클수록 예후가 좋지 않으며, 그 충격을 적절하게 다룰 만한 정신적 여유가 부족할수록 경과는 좋지 않다. 이런 이유로 청장년에 비해 어린 나이나 노년기에 외상 사건을 경험하면 예후가 좋지 않을 때가 많다. 또한 외상 사건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알코올이나 약물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 경우 문제는 훨씬 복잡해지며 증상은 더욱 악화되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병행해야

치료 시에는 환자가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위로받을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항우울제, 항불안제 같은 약물치료가 도움이 되며 특히 선택적 항우울제를 일차적으로 사용해볼 수 있다. 약물치료는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약물의 항우울, 항불안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4-8주의 기간이 필요하며 수개월 이상 유지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심리치료를 병행하는데 전체적인 긴장을 줄여주기 위해 이완요법 같은 행동치료를 하기도 하고, 두려움을 자극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그 상황에 점진적으로 도전하게 하는 노출요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안구운동민감소실 및 재처리요법이라는 새로운 치료법이 소개되어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주변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외상적 사건에 대해 반복적으로 질문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할 경우 고통스러운 외상 사건에 대한 기억에 반복해서 노출됨으로써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주변에서는 이런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위로하며 격려해서 가급적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도와야 한다.

여기에서 충분히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성급하게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밀어붙이지 말아야 하며, 동시에 일상에서 완전히 동떨어져서 고립되게 하지도 말아야 한다.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의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주변에서는 외상적 사건에 대해 반복적으로 질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할 경우 고통스러운 외상 사건에 대한 기억에 반복해서 노출됨으로써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김세주 교수(정신건강의학과) | 포토그래퍼 박순애 | 스타일링 최새롬 

건강정보의 다른 이야기 보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