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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솜씨와 탄탄한 팀워크로 생명 최전선을 누빈다

관리자 06-15 772

환자의 상태가 너무 위중하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죠.

하지만 제가 절대자처럼 그런 결정을 내려도 될까요?

실낱같기는 해도 환자에겐 한 줄기 기회가 틀림없는데, 전문가라고 해서 “이제 그만!”이란 말을 쉽게 해도 되는 걸까요?

결국 의사로서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올봄, 백효채 교수는 큰 상을 받았다. 대한의 학회와 바이엘코리아가 공동으로 임상실적과 연구업적이 탁월한 의사를 발굴해 시상하는 바이엘임상의학상이다. 백 교수는 “1996년 국내에서 최초로 시행된 폐이식수술에 참여한 후 현재까지 국내 폐이식수술의 50% 이상을 집도했으며, 다양한 임상적 시도를 통해 폐이식 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공로”로 이 상의 13번째 주인공이 됐다. 권위 있는 상의 수상자가 되었으니 다소 진부한 감이 있더라도 공식 질문이 빠질 수 없다.

 

 

 

수상 소감부터 한마디 들려주세요.

실은 그런 상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듣기로는 임상업적이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200여 명의 후보자들을 심사해 3명을 선정하면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고 하더군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추천과정이 진행돼서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당연히 영광스럽죠. 동료들로부터 인정받은 느낌도 들고요. 하지만 누가 받았느냐와 상관없이 이식에 참여하는 이들과 함께 받은 상으로 보아야할 겁니다. 말하자면 공동수상인 셈이죠. 한편으로는 이식수술로 잠을 제대로 못 자기 때문에 받은 상이란 생각도 들고요.

 

 

 

‘불면의 공’을 인정해주는 상이라고요? 무슨 말씀이신지 좀 더 설명해주세요.

뇌사 장기기증은 24시간 급박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뇌사 판정이 되면 뇌사자의 폐 적출이 밤낮 상관없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폐이식도 밤낮없이 이루어집니다. 밤늦은 시간에 10명 넘는 의료진이 수술실을 누비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기이한 느낌마저 들 정도예요. 어쩌면 이번 상은 특별한 업적을 기린다기보다 오랫동안 밤잠 못 자고 고생한 우리 식구들에 대한 격려가 아닐까 싶어요.

 

 

 

만만한 수술이 아니니 결국 밤을 꼬박 새우시겠어요.

다행히 지금은 수술 시간이 많이 줄어들어 6시간 안팎이면 끝납니다. 여기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으뜸은 아무래도 시스템과 팀워크에서 찾아야 할 겁니다. 이식 경험이 벌써 211케이스에 이르다 보니 모두들 제 몫을 완벽하게 해내기 때문이죠. 다들 순서를 꿰고 있어서 말없이 손만 내밀면 그때 필요한 도구를 척척 챙겨줄 정도니까요. 숙련도와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낭비되는 시간이 줄고 처치 속도가 빨라진 거죠.

개인적으로도 마취와 수술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계속 시간을 단축시키려고 노력해왔는데, 5-6년 전과 비교해보면 대단히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난이도가 높거나 몹시 위험스러운 수술도 수없이 하셨더군요.

폐와 신장 동시 이식, 폐와 간 동시 이식, 관상동맥우회술과 폐이식 동시 수술, 최고령 폐섬유증 환자의 양측 폐이식처럼 까다로운 수술들을 해왔습니다. 상태가 심각한 환자를 수술하는 경우는 허다하고요. 얼마 전에 수술한 환자만 하더라도 기계를 떼면 30초 안에 돌아가실 만큼 상태가 위독했어요. 과거에 심장판막수술까지 받으셨던 분인데, 폐와 기관지 안에 피가 꽉 차서 인공호흡기가 소용이 없었고 오로지 인공심폐기의 일종인 에크모에 의지해 연명하고 있던 환자였습니다. 이식을 시도하는 것이 도저히 어려운 형편이었어요. 이쯤 되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요.

예후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너무 높으니까요.

 

 

 

그럴 때는 포기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제가 절대자처럼 그런 결정을 내려도 될까요? 환자에겐 실낱같기는 해도 한 줄기 기회가 틀림없고 가족들 역시 날마다 찾아와 눈물을 쏟고 있는데, 전문가라고 해서 “이제 그만!”이란 말을 쉽게 해도 되는 걸까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언젠가는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그때까진 충분히 고민하고 여기저기, 심지어 전공의들한테까지 생각을 묻습니다.

결국 의사로서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고심 끝에 수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던 이 환자는 이식에 성공해 지금 병실에서 산소호흡기의 도움 없이 지내며 퇴원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환자의 이식 전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이분의 경과를 보면서 너무나 믿기 어렵고 한편으로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으더군요.

 

 

 

환자로서도 말할 수 없이 두려울 성싶습니다. 어떤 조언을 자주 해주시는 편입니까?

당연히 겁이 날 겁니다. 의사로서는 환자의 권리를 위해 합병증이니 사망률이니 하는 이야기를 피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담대하게 수술을 결정하는 분들을 보면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저럴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격려밖에 없습니다. “수술이 잘되면 저랑 똑같아집니다. 산에도 가고, 여행도 갈 수 있습니다. 요즘은 많은 분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일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으니 그것만 생각하세요”라고 말씀드립니다.

 

 

 

지금은 폐이식수술 시간이 많이 줄어들어 6시간 안팎입니다.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으뜸은 아무래도 시스템과 팀워크에서 찾아야 할 겁니다. 이식 경험이 벌써 211케이스에 이르다 보니 모두들 제 몫을 완벽하게 해내기 때문이죠.”

 

 

 

 

 

 

그렇게 이식에 성공하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고통에서 완전히 해방되잖습니까?

고통에서 벗어나는 데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수술이 끝난 뒤에는 관리가 정말 중요해지거든요. 세계적인 데이터를 보면 폐이식수술 후 5년 생존율은 약 50-60%, 10년 생존율은 30% 정도 됩니다. 생존 기간은 합병증없이 관리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렸습니다. 면역억제제를 꼬박꼬박 복용하고 외래에 꾸준히 다니면서 부작용이나 거부반응이 생길 가능성을 차단하거나 서둘러 조처를 취해야 합니다. 이렇게 조심하기만 하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첨단 정보화 시대에 보고 배운단 말씀을 하시네요.

책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소아외과에 국한시켜 말하자면 보고 배우는 게 굉장히 많아서 멘토가 누구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제게는 황의호 교수님이 그런 분이셨어요. 사실 후학에게 수술을 가르쳐준다는 게 여러모로 부담스러워요. 빠르고 정확하게 수술하기도 빠듯한 판에 누굴 가르쳐가며 하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좀 많이 드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황 교수님은 제게 그렇게 해주셨어요. 환자한테 부담주지 않기 위해 “쓸데없는 검사 하지 마라. 비싼 실 쓰지 마라” 이것저것 좋은 의사가 가져야 할 태도들도 가르쳐주셨습니다.

 

 

 

백효채 교수(흉부외과)

진료분야 : 폐이식, 폐암 등

 

200케이스 이상의 폐이식수술을 집도한 이 분야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한밤중에 시작되기 일쑤인 수술이 아침에 끝날 때까지, 그의 수술실에는 숨죽인 침묵의 긴장감이 빼곡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눈빛은 팽팽한 침묵을 압도하며 오로지 수술대 위 환자에게만 집중된다. “Act justly, love mercy, and walk humble!”을 가슴에 새기고 있는 백 교수는 봄이 되면 폐이식 환자들과 함께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산에 오르는 자상한 외과의사다.

 

 

 

국내 폐이식수술의 절반을 담당하는 선두주자로서 느끼는 특별한 부담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은사이신 이두연 교수님과 함께 국내 최초의 폐이식에 참여하면서 이 분야의 개척자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200명 넘는 이식 케이스를 기록하면서 세브란스병원은 단연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고요. 파이어니어와 리더의 입장에서 우리 병원은 후발주자들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과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술 성적은 물론이고 입원기간이나 중환자실에 머무는 시간을 더 줄여가는 숙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성실하게 풀어가야 합니다. 어쩌면 그런 부담이 더 분발하게 하고, 그 분발이 한층 나은 결과를 불러오는지도 모릅니다.

 

 

 

의식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시종일관 ‘우리’라는 주어를 쓰시네요.

이식은 팀으로 하는 일이니까요. 흉부외과만 잘해서 되는 일이 아니에요. 매주 월요일 점심 시간마다 호흡기내과, 감염내과, 영상의학과의 의료진과 중환자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재활전문가들이 모여 이식팀 회의를 갖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오랜 경험과 시간을 거치면서 이제는 당장 제가 빠진다고 해도 아무 문제없이 돌아갈 만큼 팀이 단단해졌어요. 탁월한 후배 교수들이 잘 정비된 시스템 안에서 수준높은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는 뜻이죠. 이것이 지난 20여 년간 제가 성공한 것 중 아마 으뜸이 아닐까 싶어요. 후배들이 계속 잘할 수 있어야 진정한 성공이고 보람 아니겠습니까?

 

 

에디터 최종훈 | 포토그래퍼 최재인

 

 

 

환자의 적극적 노력이 예후 가른다

 

폐이식수술 후의 회복은 의료진의 치료와 관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치료에 대한 환자와 가족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참여가 중요하다. 따라서 성공적인 폐이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술 전부터 폐이식팀의 관리를 잘 따라야 한다.

 

 

 

 

step 1 : 수술 전 운동으로 근력 유지

수술 전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 후 경과가 약간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폐이식 환자는 수술 후 5-15일 정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다. 중환자실에서는 침상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일반병동으로 옮긴 후 걷기 등의 재활운동을 시작한다. 수술 전 운동량이나 근력 등이 수술 후 환자의 회복에 영향을 주므로 수술 전부터 영양 상태와 운동량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수술 후 입원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다.

 

step 2 : 올바른 약물 복용과 감염 관리는 필수

면역억제제와 예방적 항생제, 진균제 등의 약물은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맞춰 복용해야 한다. 면역억제제는 혈중에서 적절한 농도를 계속 유지해야만 약의 효능을 발휘할 수 있으므로 복용 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빠뜨리면 약의 효과가 떨어진다. 자몽은 면역억제제 대사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좋다. 폐는 다른 장기와 달리 수술 직후부터 외부환경과 직접 접촉하기 때문에 감염에 더 취약하다.

따라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으며, 마스크를 착용해 호흡기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하고, 예방접종은 담당 의료진과 먼저 상의한 후 시행한다. 면역력 저하로 기회감염이 자주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발열, 설사 및 구토, 호흡곤란, 가래 등 감염의 징후가 있으면 즉시 병원을 방문한다. 특히 발열은 거부반응 발생 시에도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열이 지속적으로 나는 경우 의료진과 즉시 상의해야 한다.

 

step 3 : 가장 기본은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

폐이식 후 급성기가 지나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적절한 체중과 근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양질의 식사를 규칙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단, 익히지 않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수술 후 장기간 사용하는 약물로 인해 당뇨나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은 폐이식 환자에게 필수다. 규칙적인 운동은 당뇨나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이식받은 폐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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