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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왜 게임밖에 모를까?

관리자 07-12 250

디지털 기기는 인류에게 어마어마한 편의와 즐거움을 선사해주었지만, 중독이라는 부정적인 단어와 결합되면서 소아청소년을 둔 부모의 마음을 애태우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스마트폰, 진짜 스마트하게 쓸 수 있을까?

 

 

 

 

 

한국의 청소년들은 매일 빡빡하게 짜인 학교와 학원 스케줄에 얽매여 기계적으로 살아가도록 압력을 받고 있다. 내 맘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야식 메뉴를 고를 때뿐이다.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현실에서 좌절된 행동 주체로서의 느낌을 찾고 싶어한다.

 

 

 

2010년 아이패드(iPad)가 처음 출시되어 큰 성공을 거두자, 한 기자가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에게 “집에 있는 아이들도 아이패드를 좋아하죠?”라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 아이들은 집에서 아이패드를 쓰지 못합니다.” 이러한 스티브 잡스의 태도는 다소 이중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많은 부모들이 그의 답변에 공감했고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기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특히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을 부모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누구는 게임이 머리를 좋게 한다고 하고, 누구는 게임에 중독된다고 하는데, 대체 어느 말이 맞는 걸까? 이 질문들에 대답하기 전에, 인간의 뇌와 게임에 대한 중요한 사실들을 먼저 살펴보자.

 

 

 

소아청소년의 뇌 성숙은 현재 진행형

인간의 뇌는 태어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성숙이 진행된다. ‘성장’보다 ‘성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단순히 뇌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뇌의 어떤 영역들은 연결망(network)이 조밀해지고 정교해지는 데 반해, 어떤 영역들은 연결망이 오히려 약해지고 없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뇌의 성숙을 나무의 가지치기(pruning)에 비유한다. 가지치기가 제대로 안 되면 정보처리와 에너지효율이 떨어지게 되고, 가지치기가 너무 많이 일어나면 연결망이 약해져서 정보처리의 오류가 발생한다. 인간의 뇌 성숙은 각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신경연결망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고속전철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서울-대전-대구-부산을 연결하지만, 어떤 사람의 뇌는 대전을 건너뛰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의 뇌는 대구 대신에 경주를 연결시키기도 한다. 뇌의 성숙은 이처럼 개인 차이가 존재한다. 유전적인 요인들도 중요하지만, 소아청소년 시절에 어떤 환경에서 어떤 양육을 받고 무엇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뇌의 연결망은 조금씩 차이가 생긴다. 뇌의 성숙에서 주목할 사실은 충동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성숙 속도가 제일 느리다는 점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뇌는 점점 다양한 자극들을 추구하고 학습하려는 충동(sensation seeking)이 강해진다. 그렇지만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고 충동을 제어하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약한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다. 초등학교 때까지 온순했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충동적으로 돌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다양한 자극을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한국의 교육 현실 때문에, 많은 청소년들이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그러한 충동들을 분출하고 있다. 무절제한 게임 행동도 그중 하나다.

 

 

 

 

 

게임, 최대한 즐거움을 느끼도록 설계

어떤 행동이든 계속 반복하다 보면 능숙해진다. 운전면허를 딴 직후에는 잔뜩 긴장해서 앞만 보고 운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크게 에너지를 들이지 않아도 여유롭게 운전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능숙해지는 만큼 흥미를 잃고 쉽게 지루해질 수 있다. 게임에도 이러한 인간 행동의 특징이 반영되어 있다. 사용자가 계속해서 집중과 긴장을 유지하고 흥미를 잃지 않도록 게임은 다양한 난이도로 제공된다. 너무 어려워도 안 되고 너무 쉬워도 안 된다. 또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대결을 유도함으로써 승부욕을 자극하고, 실력이 점차 향상되는 성취감을 추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청소년들이 만렙(최고 수준의 단계)을 찍기 위해 밤을 새우는 이유다. 그렇지만 막상 게임을 해보면 오로지 실력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지 않고 어느 정도 운이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인간의 뇌는 예측한 보상(expected reward)보다는 예측하지 못한 보상(unexpected reward)을 받을 때 더 큰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점에 착안해서 많은 게임들은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하는 돌발 변수들을 중간중간 적절하게 섞어줌으로써 흥미를 배가시킨다. 난이도와 우연성. 이 요소들이 어떻게 제공되느냐에 따라 학습효과가 뛰어난 게임이 될 수도 있고, 중독적인 요소가 많은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체스나 바둑처럼 우연성이 거의 배제된 게임들은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크지만, 우연에 의해서만 결과가 결정되는 슬롯머신은 게임이 아니라 도박이다.

 

한시도 쉬지 않고 틈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거나 게임만 하고 있으면, 결국 편협한 정보처리로 인해 소아청소년의 뇌 성숙이 지연되거나 신경연결망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중독 청소년의 30-50%는 다른 정신과적 문제를 동반하고 있다.

 

 

 

행동 주체로서의 욕구를 존중하라

게임중독에 빠진 청소년들과 면담을 해보면 주중에는 3시간 이상, 주말에는 6-12시간 이상 게임에 몰두하는 경우를 흔하게 발견한다. 그들은 대체 왜 그 많은 시간을 게임에 쏟는 것일까? 다양한 난이도와 예측 불가한 우연성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20-30년 전만 해도 부모들의 걱정은 TV였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TV 보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하루 종일 저렇게 TV만 보면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TV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들은 여전히 흥미를 끌고 있지만, 게임만큼 행동문제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TV를 뛰어넘는 게임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사람은 언제나 행동의 주체가 되고 싶은 기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청소년기에는 그런 욕구가 더 강해지지만, 한국의 청소년들은 매일 빡빡하게 짜인 학교와 학원 스케줄에 얽매여 기계적으로 살아가도록 압력을 받고 있다. 내 맘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야식 메뉴를 고를 때뿐이다. 아이들만 그런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다. 자녀를 키우는 30-40대 엄마들의 경우, 냉장고를 과도하게 정리 정돈하는 습관 때문에 상담하는 일이 종종 있다. 아이 키우는 일이 내 뜻대로 안 되는 현실에 크게 좌절한 나머지 혼자 집에서 냉장고만 열심히 정리 정돈하면서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다. 자녀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냉장고는 내가 노력한 만큼 깨끗해지는 것이 눈에 보이니까 냉장고 정리 정돈에 몰두하게 된다. 결국 어머니들은 냉장고 정리 정돈을 통해,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현실에서 좌절된 행동 주체로서의 느낌(sense of control)을 찾는 것이다.

 

 

 

적절한 사용 지침과 전문가의 상담 필요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의 적절한 사용 지침이 필요하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함께 지키는 구체적인 ‘가족사용원칙’을 만들 것을 권한다. 부모의 철학에 따라 스티브 잡스처럼 집에서의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할 수도 있고, 아니면 하루 몇 시간 상한선을 정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일관성 있는 훈육이다. 과도한 게임 사용으로 집중력 저하, 우울감, 충동성 등을 보이는 아이들은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건강한 뇌는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자극들을 학습해야 하고, 중간중간 멍 때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한시도 쉬지 않고 틈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거나 게임만 하고 있으면, 결국 편협한 정보처리로 인해 소아청소년의 뇌 성숙이 지연되거나 신경연결망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중독 청소년의 30-50%는 다른 정신과적 문제를 동반하고 있다. 아이의 왕성한 자극 추구성을 만족시키고 행동의 주체로서 자존감을 확립해갈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하다.

 

 

글 정영철 교수(정신건강의학과) | 포토그래퍼 최재인 | 사진 셔터스톡 | 스타일링 신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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