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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증상, 사람마다 다르다

관리자 07-12 204
우울 증상, 사람마다 다르다 감정 변화에서 통증, 가성치매까지 각양각색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베르테르는 우울을 호소하는 것을 “이웃들에게 해를 끼치는 악덕”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지도 못하면서 행복한 사람들을 보면 못 견뎌 하는 그런 것”이라고 비하했다. 소설은 삶을 비관한 베르테르가 자살하는 것으로 끝나는데, 만약 그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다면 소설의 결말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는 수면과 식이 증상의 변화를 경험한다. 많은 환자들이 잠들기가 어렵고 여러 번 잠에서 깬다고 호소하며, 식욕 저하로 체중 감소를 경험한다. 그러나 비전형적으로 하루 종일 잠을 자거나 폭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13.2%, “우울해요!”

다른 동물과 대비되는 인간의 고차원적 사고능력은 발달한 대뇌 피질에서 기원한다. 연산하고, 기억하고,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고차원적 사고능력은 인류 발전의 발판이 되었지만, ‘인간’이라면 뇌의 다른 부분에서 관장하는 ‘욕구’나 ‘감정’보다 ‘생각’을 우선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낳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우리 사회는 우울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을 ‘부족한’ ‘비이성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2015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최근 4주간 우울감, 자신감 상실을 경험한 인구 비율은 각각 13.2%, 11.1%로, 주요 29개국의 평균인 10.7%, 7.3%에 비해 높은 편이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이보다 훨씬 높은 33.1%가 우울 증상을 지니고 있으며, 연령이 높고 소득이 낮을수록 우울 증상이 있는 비율이 높았다. 2016년 보건복지부의 우울증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요 우울장애와 기분부전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5%, 1년 유병률은 1.5%로, 지난 1년간 61만 명이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성의 평생 유병률이 6.9%로 남성보다 2배 이상 높았으며, 주요 우울장애를 경험한성인 여성 10명 중 1명은 산후우울증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가와 상의 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전체의 9.65%이며,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들 중에서는 52.5%만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했다. 우울증과 정신건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다양한 요인들의 복합 작용

우울증과 관련된 다양한 뇌 연구들이 진행되었지만, 우울증의 원인을 한 가지로 정의하긴 어렵다. 다른 대부분의 정신질환들처럼 생물학적, 심리사회적 요인들이 혼합적으로 작용해 우울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생물학적 원인으로는 뇌에 존재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과 세로토닌(serotonin)이 감소되거나 적절히 작동하지 못할 경우 우울증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또 유전적 요인도 우울증의 발현과 연관이 있어서 우울증 환자의 1차 친족들은 대조군에 비해 우울증 유병률이 2-3배 정도 높다. 이러한 생물학적, 유전적 원인들과 더불어서 많은 환자들이 결혼, 이사, 이별, 실패 등 여러 긍정적 혹은 부정적 생활 사건들이나 장기간 스트레스를 경험한 후 우울증에 걸린다. 이는 스트레스가 뇌의 생물학적 상태에 변화를 일으켜 신경 전달기능에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현재 경험하고 있는 스트레스뿐 아니라, 어린 시절의 부모 상실이나 학대 같은 생애 초기 스트레스 역시 우울증에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우울증 기본 해법! 시간과 유지요법

▶ 약물의 효과가 즉각적이지 않을 수 있다. 어떠한 치료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증상이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 치료 효과가 나타나 증상이 충분히 호전된 뒤에도 유지 치료가 꼭 필요하다. 뇌기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개월간 유지요법이 진행되어야 한다. 치료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 반드시 전문의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충분히 대화한 후 치료 종결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

 

 

 

수면장애, 식욕부진, 폭식 등 다양한 양상

우울증은 개인의 성격적 특성이나 문화적, 경제적 배경, 연령, 성별 등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찾아온다. 가장 흔한 증상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우울한 기분과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우울감을 경험하지 않고 쉽게 짜증이 나거나 불안해하는 등 다른 양상의 심리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는 우울감이 감정의 형태가 아닌 신체 여러 부위의 통증으로 전환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는 수면과 식이 증상의 변화를 경험한다. 많은 환자들이 잠들기가 어렵고 여러 번 잠에서 깬다고 호소하며, 식욕 저하로 체중 감소를 경험한다. 그러나 비전형적으로 하루 종일 잠을 자거나 폭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청소년과 노인환자들에서는 일반적인 우울증과는 다른 양상으로 우울 증상이 표현되기 때문에 발견이 더 어려우므로 세심한 주의 관찰이 필요하다.

 

 

청소년 우울증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슬프고 우울하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대신 행동 양상이 변하고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짜증이 많아지고 충동적인 성향을 보이며, 무기력하게 지내면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게임 등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사춘기의 감정 변화와 우울 증상이 동반됨에 따라 비행 행동(비행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음주, 흡연 등의 빈도가 증가)이 나타나기도 한다. 검사상 특이 소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통, 복통, 현기증, 어지러움 등의 신체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청소년기 우울증은 다양한 발달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발달 과정을 순조롭게 이행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중요한 시기에 치료되지 않은 우울 증상으로 인해 친구관계의 어려움, 성적 저하, 비행 문제 등이 발생하게 되면서 이후 적응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노인 우울증 노인 우울증의 특징은 건강에 대한 염려와 신체 증상의 호소가 많고, 인지기능의 감퇴가 흔하게 동반된다는 점이다. 우울증에 의한 인지기능의 감퇴는 ‘가성치매’라 하는데, 치매로 잘못 진단되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반드시 전문가의 진찰이 필요하다. 또한 멜랑콜리아 양상이라고 불리는 생물학적 원인으로 나타나는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멜랑콜리아 양상의 우울증을 진단받은 노인들은 자극에도 즐거운 감정을 느끼지 못하며, 새벽에 일찍 깨고 아침에 우울 증상을 더 심하게 경험하는 특징이 있다.

 

 

노인 우울증의 특징은 건강에 대한 염려와 신체 증상의 호소가 많고, 인지기능의 감퇴가 흔하게 동반된다는 점이다. ‘가성치매’라 불리는 우울증에 의한 인지기능의 감퇴는 치매로 잘못 진단되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반드시 전문가의 진찰이 필요하다.

 

 

 

 

 

적극적이고 꾸준한 치료는 필수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우선 전문의의 진료와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보통 약물치료를 기본으로, 필요에 따라 다른 부가적 치료법을 함께 사용한다. 우울증의 증상이 환자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만큼 각자에게 알맞은 약물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인 우울증 치료 약물(항우울제)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와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 등이 있으며, 이들은 우울증 환자에서 부족한 신경전달 물질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항우울제와 더불어 불안이나 무기력, 불면 등의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약물 등을 보조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환자의 저하된 뇌기능을 자극해 향상시키는 방법도 사용된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자기장을 이용한 반복적 경두개자기자극술(rTMS), 직류전기신호를 이용한 뇌전기자극술(tDCS), 빛을 이용한 광치료(light therapy)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환자의 임상 양상에 따라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인지치료, 상담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을 함께 시도할 수 있다. 다행히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잘못된 정보와 무지로 인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것에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날로 성장해가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력과 계산력, 판단력을 뛰어 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뇌기능에 도달했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인간 뇌기능의 특수성과 존엄성은 자유롭게 원하고, 느끼고, 이를 바탕으로 사고(思考)하는 세 영역의 통합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신건강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우울증 환자의 저하된 뇌기능을 자극해 향상시키는 치료인 경두개자기자극술.

 

 

글 이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 포토그래퍼 최재인 | 사진 셔터스톡 | 스타일링 신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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