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My Hero

HOME PEOPLE My Hero

악성림프종 4기 극복하고 간호사가 된 황정빈 씨 & 소아혈액종양과 유철주 교수

관리자 02-29 915

소아암 환자 돕는 그날을 꿈꿉니다

 

10년 전, 중학생 정빈은 시든 풀처럼 기력없이 응급실로 실려왔다. 숱한 검사 끝에 나온 진단은 악성림프종 4

가족처럼 세심하게 돌봐준 유철주 교수 덕분에 5년 전 완치 판정을 받고, 지금은 간호사의 길을 걷고 있다

진로 때문에 고민하면서 그는 결심했다. 헌신적으로 돌봐준 세브란스 사람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투병 경험을 값진 결과로 이어가기 위해 간호사가 되기로.

 



암환자로서 할 일을 정확히 따른 중학생 소년

겨우 중학교 3학년이었던 정빈이에게 그해 여름은 가혹했다. 살은 10kg 넘게 빠지고 39-40도의 열이 났지만 동네 병원에선 큰 병원에 가보라고만 했다. 목에 생긴 혹, 계속되는 기침, 혼자서는 걸을 수도 없을 정도로 바닥난 기력. 세브란스 입원 한 달여 만에 나온 병명은 악성림프종이었다.

 

“정빈이를 처음 만난 건 2005년이었죠. 폐까지 전이된 악성림프종 4기였습니다. 정빈이는 병원에서나 집에서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씩씩하게 잘 따라주면서 암을 이겨낸 장한 아이입니다.” 유철주 교수는 이제는 완치된 정빈 씨를 과묵하고 속 깊은 단단한 친구로 기억하고 있다.

정빈 씨는 1 4개월 동안 지독한 항암치료를 받았다. “확진받던 그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유철주 교수님과 여러 선생님들이 오셔서 부모님을 밖으로 불러내셨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항암치료는커녕 암이란 게 어떤 병인지 아예 몰랐어요. 다만, 그 상황과 분위기를 보면서 무언가 심각하고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에 펑펑 울었죠.

 

 

힘들고 지칠 때 가끔 세브란스에 와서 수술실과 입원했던 병동을 둘러봐요

그때마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 제 투병 경험을 소아암 환자들과 나누며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날이 오겠죠?

 

유철주 교수는 정빈이에게 병명을 정확히 알려주라고 부모님을 설득했다. 정빈 씨는 그렇게 해준 유철주 교수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제 병을 제가 알아야 치료를 잘 따라갈 수 있잖아요. 치료 방향을 잘 이끌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유 교수님은 가족 같은 분이세요. 회진 도실 때는 언제나 웃으면서 안부를 물으셨죠.

 

어른들도 견뎌내기 힘든 항암치료를 받으며 그는 환자로서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했다. “주사나 약은 병원에서 알아서 다해주잖아요. 환자로서 제가 할 일은 따로 있었어요. 옆 병상의 보호자가 그러셨어요. ‘버텨서 이겨내는 게 네가 할 일’이라고요. 그 말씀 해주신 게 참 감사해요. 그날부터 토하지 않고 먹을 만한 고단백 음식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지요.

밥은커녕 물까지 토해내면서 정빈 씨는 그제야 암의 끔찍함을 알게 되었고, 어떻게든 이겨내기로 작정했다. 수천 가지의 음식을 생각했고, 토하지 않으면서 계속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추어탕을 떠올렸다. 정말 엄청 먹었다. 낫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잘 먹으며 버티는 것이었으니까.

 

 

간호사가 된 청년, 소아암 환자 돕는 꿈을 꾸다

긴 투병 기간 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없었다. 항암제 부작용으로 머리칼과 눈썹이 모두 빠져 한참 민감한 사춘기 소년은 한없이 위축되었다. 공부보다는 건강을 먼저 챙기기를 바랐던 부모님의 조언대로 정빈 씨는 특성화고에 진학했다. 그런데도 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EBS 강의를 들으며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병치레 했던 시간을 저는 ‘잃어버린 1년’이라고 불러요. 그 고생을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세브란스에서 치료받을 때 언제든 제일 먼저 달려온 간호사들을 보면서 그분들은 정말 위대한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도 그런 간호사가 되겠다고 결심했지요.” 첫 실습을 나가 병원에서 환자가 아닌 간호사로 있어보니, 그 일은 정말 자신의 천직이었다. 오랜 병원 경험 덕분에 환자의 일은 모두 내 일처럼 여겨졌다. 환자의 필요에는 마음이 몸과 함께 반응했다. 지금 그는 가족처럼 자신을 돌봐준 유철주 교수와 소아암 병동의 간호사들처럼 환자 곁을 지키는 진정한 간호인이 되어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에디터 이나경 | 포토그래퍼 박승주, 최재인 | 스타일링 최새롬

 

PEOPLE의 다른 이야기 보기

댓글 목록

captcha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
TOP